전체 글 1788

또 몽골 여행 3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아침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어제 과음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취에 멀미까지 겹치면서 입맛을 잃어버렸다. 여행은 멋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인데 양고기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괴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려고 애썼다. 쳉헤르에서 아침 일찍 온천으로 숙취를 풀고(나는 못 풀었다) 또 다섯 시간의 장거리 이동 후 미니사막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은 현지식당에서 해결했는데 모조리 양고기 요리뿐이었다. 일행 중 또 한 명의 증상은 나보다 더 심해 네 명 중 두 명만이 식당에 들어가고 그와 나는 양고기 냄새를 피해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대신 식당 안 두 사람이 4인분을 해결하느라 행..

동백숲에 넋을 빼앗겨버렸다

동백숲에 넋을 빼앗겨버렸다. 내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새까맣게 잊고 동백이 펼쳐놓은 장관에 그만 흠뻑 빠져들었다. 7미터나 되는 거구의 동백들이 내 출입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라도 하듯 내 발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동백꽃이라도 피었으면 정말이지 백련사는 보지도 못하고 여기에서 시간을 다 보낼뻔했다. 지인이 몇 해 전 백련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말에 허풍 떨지 말라고 핀잔을 줬는데 허풍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백련사는 입구부터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다고 큰 절도 아니다. 대웅전을 비롯해 10여 채 내외의 불전으로 구성된 절이다. 이 절에서 800여년전 불교의 실천성을 강조하고 불교계의 세속화와 사회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백련결사(백련사결사) 운..

강진 남녘교회

오랜만에 강진행이다. 강진하면 다산초당과 백련사 그리고 '오-매 단풍들것네'의 영랑 생가가 떠오른다. 아! 최근에는 가우도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강진읍 덕남리에 있는 남녘교회를 다녀왔다. 물론 남녘교회가 목적지가 아니라 강진에 볼 일이 있어 간 김에 남녘교회 목사님과 차 한 잔 하고 싶어 찾아갔다. 목포에서 출발할 때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주인 없는 교회를 홀로 염탐을 하고 온 느낌이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 초입에 위치한 남녘교회는 아담하면서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교회 마당에서 예쁜 꽃들과 눈을 맞추다 반세기쯤 교회를 지켰음직한 감나무를 지나 교회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당 문을 열면 누군가가 밝게 맞이해줄 것 같았는데 교회 특유..

아리셀 공장의 화재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니다

목포 평화광장에 설치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노동자 추모 분향소'에 다녀왔다. 우리는 모두 안전한 일터와 안전한 삶터에서 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교육을 받고, 나라를 지키며, 노동을 하고, 세금을 낸다.(헌법상 국민의 4대 의무) 그런데 어째서 나라는 시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가? 노동자가 일하다 죽고, 군인이 훈련받다가 혹은 무리한 작전수행 중 황당한 죽음을 당하고, 시민들이 출근길 침수사고로 죽는 일들이 왜 자꾸 반복되는가? 단순히 안전불감증 때문만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성장제일주의가 그 원인이다. 일정한 실적 또는 성과를 내기 위해 구성원을 최대한 압박하며,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오직 성공만을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사회전반에 퍼져있다 ..

세상 이야기 2024.07.11

목포시민들의 출근길 벗

목포 KBS 정윤심 아나운서님께서 정년을 맞이한다. 정 아나님의 정년을 축하(또는 위로)하기 위해 오랜만에 정의당 시의원들과 함께 모였다. 35년의 방송국 생활, 그중 25년을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목포 시민들의 출근길 벗이 돼주었던 정 아나님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앞으로의 아침시간이 허전할 것 같다. 나도 2년여를 '출발 서해안시대'의 고정 패널로 함께했기에 서울생활 중에도 가끔 찾아 들을 정도로 정이 들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운 작별이다. 정 아나님의 새로운 출발이 빛나기를... 그리고 혹 유튜브를 개설하시거든 꼭 게스트로 불러주시기를... 바래본다.

목포 이야기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