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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몽골 여행 2

비몽사몽간에 스타렉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렸다. 어제저녁 과음한 탓에 한 시간 늦게 출발한 죄(?)로 가이드가 시키는 데로 마트와 화장실 그리고 점심때 잠시 들른 현지 식당을 제외하고 차 밖으로 벗어나지 못했다. 종착점인 쳉헤르 온천 두트리조트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덕에 다행히 해 떨어지기 전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저녁 먹고 곧바로 온천장으로 향했다. 이날 저녁때 먹은 양고기가 이번 몽골 여행 중 먹은 마지막 양고기일 줄은 그때까지는 새까맣게 몰랐다. 온천수는 별 특이점은 없었다. 그러나 온천장 주변에 펼쳐진 관경은 환상이었다. 하늘에서는 매가 날고, 땅에서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침엽수림 사이사이로 야크와 양, 염소, 말이 사이좋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이 좋..

또 몽골 여행 1

한 달 사이에 또 몽골로 떠난다. 지난번 몽골 여행은 땡처리된 비행기표(왕복 99,000원)를 발견하고 갑자기 출발했다면 이번 여행은 동네 바보 형제들과 오래전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무안공항 6월 29일 21시 30분 출발, 7월 4일 05시 50 도착이다. 중년의 남자 넷이서 출발하지만, 청년들보다 더 재미있게 놀고 올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나 결과가 어떨지... 일단 잎세주 4홉드리 30병을 준비했으니 술 병이 안 나면 다행이다. 저번 여행은 울란바토르와 테를지 두 곳만 다녔는데 이번에는 그 외에 쳉헤르 온천과 미니사막이 추가됐다. 무안공항 21시 30분 출발, 울란바토르 칭기즈칸공항 0시 30분(몽골은 우리보다 한 시간 늦다) 도착 후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하룻..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걸으세요

밤이 깊어가는데도 후텁지근한 날씨는 변함이 없다. 아이들은 기숙사로 떠나고 적막해진 집을 벗어나 아내와 함께 밤마실을 나선다. 딱히 약속이 없는 밤이라 발이 이끄는 대로 걷기를 시작한다.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걸으세요" 인천의 남송한의원 원장님 말씀대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자세로 산정농공단지와 노을공원 그리고 북항선착장까지 왕복 만보를 걸었다. 목포를 떠나 있었던 2년여 동안 산정농공단지에는 황톳길이 생기고 노을공원에는 스크린 로드(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음, 두 번째 사진처럼 땅바닥에 영상 쏘는 장치,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함)가 설치됐다. 북항 선착장 맨 끝 풍차에서 바라다보이는 목포대교의 야경도 볼만하다. 집 주변에 이런 산책공간이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이별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집이 좀 사람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일이 너무 많다. 아이들 일주일치 빨래하고,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이고 점심 먹고 돌아서면 저녁이다. 오늘 점심 요리사는 내가 맡았다. 어제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와 부추, 오이, 양파에 온갖 양념을 버무린 채소겉절이와 계란말이, 오뎅볶음... 이 정도면 진수성찬 아닌가. 오후가 되면 또 아이들이 썰물처럼 기숙사로 빠져나가 집은 적막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내 적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원 갔다 오면 지들 방에서 공부를 하는지 유튜브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져버리는 아이들 때문에 한 집에 여러 섬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별... 이별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관계의 단절이 공간의 분리..

우리집 이야기 2024.07.07

당신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큼 마음도 아름답다

장마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아침 일찍 텃밭을 향했다. 텃밭 가는 길 입구에서 연꽃이 나를 반긴다. 연꽃의 꽃말이 '당신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큼 마음도 아름답다'인데 참 어울리는 꽃말이다. 장마통 텃밭은 난리가 났다. 온갖 풀과 채소들이 함께 뒤섞여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다. 이 풀들도 다 소용이 있어 뿌리를 내렸을 텐데 지금 내게는 소용이 없으니 제거되는 운명이다. 이 밭의 풀들은 내 눈에는 먹을 수 있는 채소와 그렇지 않은 잡초로 구분되지만 소나 말의 눈에는 먹잇감으로 보일 것이다. 더 큰 세계의 눈으로 보면 모두 다 소용이 있는 피조물들이다. 다만 필요로 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오늘처럼 뿌리가 뽑히든지 아니면 뿌리를 견고히 다지든지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소용이 있는 존재들이다. 다만 상황에 따..

우리집 이야기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