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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철한 사람의 말은 깊은 물과 같고 지혜의 샘은 솟구쳐 흐르는 내와 같으니라

오랜만에 돌잔치에 초대받았다. 합계출생율 0.72명의 시대 그 어렵다는 지구별 여행을 시작한 이한결군의 돌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나라도 까마득한 옛날(?)인 1960년 합계출생율이 6명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0.72의 시대... 몇 년 전(2019년) 호남방송에 패널로 출연할 때의 일이다. 당시 합계출생율이 0.92명으로 1명선이 붕괴되면서 온 언론이 호들갑을 떨 때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사교육비, 폭등하는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등 결혼과 육아에 친화적이지 않는 사회에서 현금 몇 푼 더 준다고 해서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최근 OECD가 펴낸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번데기 앞..

목포 공공도서관

한 10여일 대외활동을 최소한으로 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별고(別故)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한 달을 몽골로 제주로 맘껏 쏘다니고 나니까 아내왈 "이제 집안 일도 신경 좀 쓰시지" 이 한마디에 곧바로 구속되고 말았다. 그 덕에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던 집이 이제야 좀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인다. 집안 정리는 이 정도 했으면 됐다 싶어 아침에 동네 공공도서관으로 출근했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의자에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듯 좀이 쑤셔 괜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993년 개관한 오래된 도서관인데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산뜻하고 쾌적해 무엇엔가 집중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알차게 배치되어 있었다. 시민들을 위해 이런 도서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도서관 협회에 ..

애야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애야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방충망에 매미 한 마리가 하루종일 앉아있다. 집을 잃었나 아니면 잠시 폭풍을 피해 피난을 왔나 방충망을 흔들어 보내주려다 매미가 이곳에 온 사연을 몰라 그냥 두기로 했다. 옛 선비들은 매미에게 文ㆍ淸ㆍ廉ㆍ儉ㆍ信의 다섯가지 덕(五德)이 있다고 했는데 한낱 미물에게서도 교훈을 찾으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이런 매미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식량 부족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요리법이 연구되고 있고, 이미 미국이나 동남아등에서는 식용으로 애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오늘 우리집을 찾은 매미는 시끄러운 곤충이 아닌 귀한 손님이다. [머리에 홈처럼 파인 줄을 갓끈과 비슷하게 보아 지혜가 있을 듯하여 첫째 덕목을 문(文)으로 보았고, 나무의 수액만을 먹고 자라므로 ..

우리집 이야기 2024.07.18

또 몽골 여행 5

테를지의 아침은 상쾌하다. 몽골은 울란바토르를 제외하고 대체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 한반도의 7배나 되는 큰 면적에 인구는 겨우 350만명이고 국토의 80%가 초원, 10%가 산림, 1%가 경작지라고 하니 오염요소가 될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초원을 지날때의 생각이고 울란바토르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광주보다 작은 470.4㎢의 면적에 몽골 인구 절반인 165만명이 살고 있고 인구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2020년 130만명) 도시운영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공기질 역시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 왔은 때는 시당국이 공급하는 온수가 보름이나 나오지 않기도 했다. 몽골 제2도시인 에르데네트의 인..

정의당 8기 대표단과 함께한 전남 당원 간담회

정의당 8기 대표단과 함께한 전남 당원 간담회가 생각보다 많은 당원들의 참여로 성료됐다. 진지하게 진행된 권영국대표님의 발제와 토론 그리고 함께 어우러진 즐거운 뒷풀이 시간... 정성껏 준비한 도당 간부님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켠에서는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 한 시간이었다. 노동중심성 강화와 현장 강화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우리당이 등대정당, 푯대정당이 아닌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 시대정신을 어떻게 따라갈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 작은 희망을 품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당 재정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전남 당원들이 1차 2,000여만원을 모금하고 또 현장에서 두 분이 100만원씩을 결의해 주셨기 때문이다. 이제 지도부는 십시일반 마..

정의당 이야기 2024.07.16

또 몽골 여행 4

사막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밤새 은하수의 별을 헤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5시다. 게르를 나와 하늘을 보니 어젯밤 그 많던 별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매가 차지하고 있었다. 멀리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나 혼자만 보기 아까워 일행을 깨워 대동하고 일출을 보기 위한 명당을 찾아 나선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처음이다. 그동안 먼 바다 수평선이나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일출은 경험했지만 지평선 일출은 색다른 경험이라 일행들 모두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 넓은 초원 고요한 아침 지평선 너머 떠오른 태양이 작은 목소리로 나를 깨운다 해넘이 때 보여준 이별의 낙조는 일출의 찬가를 듣기 위함일 뿐 결코 사라짐이 아니었다 지평선의 일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한바탕 웃고 떠들면서 또 한 매듭을 짓는 것이다.

'6시까지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이후 즐거운 시간을 가집시다. 2시까지 터미널로 모이세요'라고 문자가 왔다. 그동안 진행했던 '진단과 전망' 토론을 종결짓는 마지막 토론장이 열릴 모양이다. 천사대교와 새천년대교를 지나 암태도 익금마을이라는 동네에 도착해 3시간의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토론시간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해방되는 시간, 답답한 방을 벗어나 바다로 향했다. 익금우실을 지나면 작은 몽돌해변이 나온다. 신안하면 갯벌이지만 이렇게 곳곳에 몽돌해변과 모래사장이 박혀있다. 익금우실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분다. 그러고보면 '우실'은 섬마을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 구실을 하는 것으로 해변의 바람길을 따라 돌담을 쌓아 올리고 그곳에 나무숲을 조성해 당연히 바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

목포 이야기 2024.07.14

다산에게도 유학의 스승과 제자가 아닌 평범한 생활 속 스승과 제자가 있었을까?

고즈넉한 길을 한참 걷다 보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오르는 길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예전에는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세상의 근본을 생각하게 했던 '뿌리의 길'이 돌과 시멘트로 덮여버렸다. 아마도 탐방객들의 안전 때문이었을 텐데 운치는 그만큼 사라져 버렸다. 다산초당에 오르니 안경을 쓴 온화한 미소의 선비가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유배생활 17년 중 10년을 이곳에서 보냈을 선비는 비분강개의 눈빛이 아닌 세상을 통달한 형형한 눈빛이다. 유학의 근본주의자들이 지배하는 노론의 세상에서 남인의 학통을 계승해 채재공과 함께 실사구시의 세상을 꿈꿨던 실패한 혁명가로서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더군다나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으니 말이다. [집안이 갑자기 무너져버려 죽은 자식 산 자식 이 꼴이 되었어요..

또 몽골 여행 3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아침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어제 과음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취에 멀미까지 겹치면서 입맛을 잃어버렸다. 여행은 멋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인데 양고기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괴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려고 애썼다. 쳉헤르에서 아침 일찍 온천으로 숙취를 풀고(나는 못 풀었다) 또 다섯 시간의 장거리 이동 후 미니사막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은 현지식당에서 해결했는데 모조리 양고기 요리뿐이었다. 일행 중 또 한 명의 증상은 나보다 더 심해 네 명 중 두 명만이 식당에 들어가고 그와 나는 양고기 냄새를 피해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대신 식당 안 두 사람이 4인분을 해결하느라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