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숲에 넋을 빼앗겨버렸다. 내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새까맣게 잊고 동백이 펼쳐놓은 장관에 그만 흠뻑 빠져들었다. 7미터나 되는 거구의 동백들이 내 출입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라도 하듯 내 발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동백꽃이라도 피었으면 정말이지 백련사는 보지도 못하고 여기에서 시간을 다 보낼뻔했다. 지인이 몇 해 전 백련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말에 허풍 떨지 말라고 핀잔을 줬는데 허풍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백련사는 입구부터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다고 큰 절도 아니다. 대웅전을 비롯해 10여 채 내외의 불전으로 구성된 절이다. 이 절에서 800여년전 불교의 실천성을 강조하고 불교계의 세속화와 사회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백련결사(백련사결사)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