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52

외로운 당산나무

외로운 당산나무 사람들의 기원터가 되고, 쉼터가 되고 싶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은 외로운 당산나무 강으로 둘러쳐졌으면 어부라도 찾으련만 사방이 아스파트라 아무도 머물지 않고 비정한 굉음만 남기고 떠나간다. 이 도로를 보고 처음에는 불도저로 밀어버리지 않고 나무를 살려서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왕 나무를 살리려고 마음먹었으면 길을 돌아가게 만들 것이지 왜 나무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섬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청 노동자는 '봉'인가

여전히 하청 노동자는 '봉'인가? 23년 3월 조선업 상생협약이 체결된 이후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의 삶이 좀 나아졌나 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오늘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노조 출근 선전전에 나온 유인물이 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삶의 단면은 보여주고 있다. 임금은 조금 올랐으나 다단계 재하도급이 더 늘어나 노동자들 고용불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다루기 편한 이주노동자에게 의지한 채 내국인 숙련 노동자 확보 노력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각설하고, 2년여 만에 삼호중공업 서문 앞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했다. 2년 새 이주노동자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삼호중공업은 공식적으로 30%가 이주노동자라고 발표했다지만 내 느낌으로는 두 명중 한 명은 이주노동자인 듯하다. 이미 공장이듯 농촌..

세상 이야기 2024.09.30

밭갈이

아침 일찍 텃밭에 나가 밭을 갈았다. 이미 때가 지난 작물들은 뽑아 버리고, 돌밭이라 삽이 안 들어가 호미로 일일이 돌을 파내고 흙을 다지며 마무리로 퇴비까지... 혼자 하려니 6시에 시작해 9시에 끝 밭을 갈면서 들었던 생각 하나, 세상도 밭을 갈듯 한 번씩 뒤집어엎을 수 있으면 어떨까? 아래가 위가 되고 위가 아래가 되는... 논과 밭은 갈아엎어야 수확이 좋듯 세상도 한 번씩 갈아엎어야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논과 밭은 갈아엎으려고 하면서 세상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경험 탓일까? 한번 갈아엎어봤는데 윗대가리만 바꿨지 자신들 삶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던... 그래도 갈아엎은 밭과 그렇지 않은 밭이 차이가 나듯 세상사도 한번씩 갈아엎어야 한다. 밭을 갈면서 들었던 생각 둘, 농부는 밭을..

우리집 이야기 2024.09.29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오늘 복음 말씀으로 제자들이 마귀를 쫓아내는 일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말씀이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리거나 혹은 자기 안에 큰 벽을 쌓고 외부와 단절하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들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문제해결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지지자들에게 갇혀있을 것이 아니라 반대하지 않는 이를 찾아 나서고, 반대하는 이를 설득하려는 공력을 들여야 한다. 정의당 목포시당위원장을 결의한 첫 주간에 의미 있는 말씀을 들었다.

정의당 전국위원, 목포시당 위원장 출마의 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제 근황입니다.정의당 당직선거가 시작됐습니다.저는 전국위원과 목포시당위원장에 출마합니다.그간 고민이 많았습니다.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목포에 내려와 있는 동안 저의 화두는 지역운동이었습니다. 과거와 같지 않은 풍토 속에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묶어세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민주당 외곽조직화 되어버린 지역사회를 바꿀 묘책은 없을까?흘러간 고복수의 옛 노래가 아닌 지금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노래를 부를 사람은 누구일까?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 무너진 토대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지역의 중심에 세우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찌어찌해서 그 꿈은 다시 잠시 미루고 당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그리고 아래글은 제 출마의 변입니다.(당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임을 감안해 주시기 바..

정의당 이야기 2024.09.27

꽃무릇

그 뜨겁던 여름도 소리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꽃무릇이 조용히 자리잡았다. 한 뿌리에서 자랐음에도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슬픔, 그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인간사회까지 알려져 想思草(상사초)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아! 아름다운 슬픔이여 온누리를 아름답게 수놓을수록 더욱 슬픈 사랑이여 아파트 화단에서 소리 없이 자리잡은 꽃무릇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을 알아 차렸다.

34.9도

30분도 안 걸었는데 벌써부터 등에 땀줄기가 흐른다. 오늘은 또 어떻게 무더위와 맞서야 할까?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큰 맘먹고 새벽 행차를 했다. 조금만 늦어도 더위를 핑계로 나설 수 없을 것 같아 눈 뜨자마자 집을 나섰다. 그렇다고 산행을 한건 아니고 해뜨기 전까지 시골길을 걷는 행보다. 그런데 해뜨기 전이라고 만만히 볼 날씨가 아니다. 길을 나서기 무섭게 손등에는 땀방울이 쏟고 등줄기엔 땀이 흐른다. 추석에 이런 날씨가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던 것 같다. 엊그제 목포 기상관측 이래 9월 날씨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34.9도라는데 한여름 날씨도 이렇게 더운 날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추석때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시대가 돼버렸다. 문명의 이기가 그나마 삶의 ..

세상 이야기 2024.09.18

2024년 세월호 추석 상차림

10년 하고도 딱 5개월이 지났다.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부터 선거운동하러 경로당에 들러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할머니들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TV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어찌야 쓰까..." "워메 뭔 일이다냐..."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 자막과 앵커의 입에서 흘러나오면서 경로당 어르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나 역시 '다행이다'를 수없이 되뇌이며 선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뒤의 일은 정반대로 흘러 아직까지도 세월호의 불행한 참사는 진행 중이다. 오늘 희생 학생의 어머니 말씀처럼 지난 10년간 유가족뿐만아니라 모두가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왔는..

세상 이야기 2024.09.16

달이 차오른다

달이 차오른다 며칠 전 지인과 길을 걷다가 "추석이 낼모렌데 아직 달이 안 찼네"라고 했었는데... 벌써 달이 다 차올랐다. 달이 차올랐다고 연락을 하는 이 없고 나 또한 연락을 할 이가 없지만 그래도 한때는 간절한 그리움을 달빛에 실어 보내기도 했다. 그 그리움의 끝은 항상 외롭고 허무했지만 그때 내 벗이 돼주었던 달은 아직도 내 곁에서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믐달과 초승달, 상현달과 하현달 그리고 보름달. 일년 열두달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는 달 때문에 그나마 내가 한숨 돌리며 여유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