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467

일출

새해 첫날 남북한에 오가는 말들이 심상치가 않다. '명백한 적'이라느니 '일전 불사'라느니 한나라의 최고지도자 말은 천금과 같아야 한다던데 너무 가볍지 않나 싶다. 2018년 정점을 찍었던 남북관계가 이렇게 계속 악화일로를 걷는 데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으나 전쟁은 상호공멸의 길이다. 부디 바라건대 상호존중, 평화공존의 길로 가기를 23년 첫 해를 바라보며 소망해 본다.

춘천

한반도를 가로질렀다. 아침 정읍을 떠나 지금은 춘천이다. 오늘도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정의당 당원으로 살아가기 얼마나 어려운 숙제인지 전국을 돌며 느끼고 또 느낀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우리는 아직 차지도 않고 기울고 있다는 그 느낌을 왜 모르겠는가? 그래도 당신이 있어 위안이고 안심이다. 다행히 내가 보고 있는 저 달은 상현달이다.

팥죽

대전, 세종, 충남 찍고 충북 청주 가는 길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처음으로 당 차 몰고 나왔는데 대략 난감이다. 서울은 더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어떻게 올라갈지... 사진 속 풍경은 유미경 충남처장댁이고 직접 팥을 삶아서 만들어주신 팥죽이다. 동지 팥죽을 먹었으니 액땜은 했을 것이고 아무 걱정없이 운전이나 해야겠다. 유미경처장님댁 코스모스 필 때 오고 두 번짼데 올 때마다 감동이다. 수덕사 아래 자리 잡은 풍경도 그렇고, 항상 환영해주시는 지훈이 형님도 그렇고... 사람 사는 맛 제대로 느끼고 간다.

새벽 걷기

경남도당 워크숍을 마치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반성역까지 걷고 진주역까지는 무궁화호 다음 서울역까지는 KTX로 이동 계획이었으나 중간에 택시가 추가됐다. 강추위에 한 시간 반을 걷다가 포기하고 남은 절반의 거리는 택시로 10분 만에 이동했다. 요즘 걷는 게 재밌어졌다. 서울에서도 그렇고 출장길 남는 시간엔 무조건 걷는다. 가끔 허리에 이상신호가 오지만 덕분에 만보기 숫자가 10,000을 넘어 20,000에 육박한 날이 꽤 많아졌다. 그래도 도전할 날이 따로 있다. 추위에 귀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황룡사지 9층 목탑

경주까지 가서 신라의 꿈 황룡사 9층 목탑 비슷한 것만 보고 돌아왔다. 비슷한 것이라 한 이유는 호텔 앞에 웅장하게 서있는 모형 건물만 보고 왔기 때문이다. 황룡사 목탑이 9층인 이유는 아홉 개 나라(9가 수의 최고의 의미로 주변의 모든 나라)가 조공을 바친다는 자장율사의 계시였다고 하니 이 목탑을 지은 백제 사람 아비지의 고뇌는 또 얼마나 컸을까? 조국의 운명과 장인으로서의 삶, 그는 백제의 뛰어난 기술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뽐내고 싶어 했을까? 아니면 나라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중생의 고통을 자비로서 거두어 가는 관세음보살을 꿈꾸었을까? 1,500년이 지난 지금 아비지의 꿈도, 백제도, 신라도, 심지어는 황룡사 9층 목탑도 사라졌는데 관세음보살은 아직도 현신하지 않고 있다. 이 땅의 중생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