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472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일주일도 안돼서 꽃이 졌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꽃은 열흘을 붉지 않고 권력은 10년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은 옛 절대군주 시대의 이야기고 요즘은 선거제도가 '권불오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5년짜리 권력이 선무당 사람잡듯 칼날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고 역사와 외교까지도 5년짜리 권력의 성난 칼질에 절단이 나고 있다. 이러다가 제대로 남아나는 것이 없을 지경이다. 자중하시라! 권불오년 이후 일식집 앞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도열해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칼잡이 앞으로 몰려갈지 잘 판단하시라 그때가서 권불오년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한탄하지 말고 역사와 민족앞에 더 이상 죄짓지 말고 당장 멈추시라!

강희철

20년 전 기억에서 지우고픈 그날 갑자기 날아든 비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음을 삼키었던가! 그날 아버지 묘 옆에서 흙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다섯 살 승연이가 어느새 다 커서 형을 쏙 빼닮은 말솜씨로 추모제에 온 이들을 울렸다가 웃겼다가 또 울린다. 이 모습을 하늘에서나마 지켜보고 있을 형은 또 얼마나 울다가 웃을까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 속 어느 귀퉁이에 고이 모셔진 형과의 인연 그 인연과 다른 이들의 인연이 얽히고설켜 내 원형이 만들어졌다. 불멍을 때리며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이름을 꺼내본다. 강. 희. 철.

김광석

대구 김광석 거리 비 오고 운치 좋고... 듣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작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한때 김광석 노래는 내 눈물 창고였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이등병의 편지, 그날들, 기다려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혼자 남은 밤, 자유롭게... 거기에 오늘 같은 날 딱 어울리는 '나른한 오후'까지... 나이 먹어 지금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

봄꽃

산수유, 개나리, 목련, 벚꽃이 개화 순서를 무시하고 피어있다. 아름다운 꽃을 찾아서 보지 않고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긴 한데 어제 서울 낮 기온이 25도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로 높았다 하니 꽃을 보면서도 기후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애처롭다. 시기를 앞당겨 핀 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인간들의 이기심이 이들의 순서를 뒤죽박죽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4월 14일 세종에서 인간들의 이기심을 반성하는 집회가 열린다. 4ㆍ14기후파업에 참여해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겠다.